#젠더 [나 정도면 괜찮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1. 개요

  • 일시 | 2022년 4월 23일(토) 14시
  • 장소 | 책방보다 (대전광역시 중구 보문로 295 1층)
  • 사람책 소개 | 2015년부터 오마이뉴스 기자로 일하며 젠더 부문 기사를 쓰고 편집하고 있다.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에 여성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 비관과 낙관을 반복하면서도 미세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좋아한다. 지은 책으로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이 있다. 이번 사람책도서관에서는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책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2. 사람책 이야기

  •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는 작년 5월에 출간된 책이에요.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남자분들에게 좋은 책입니다.  과거 2000년대 초반에 학생이었을 적 당시 호주제 폐지 운동, 군 가산점 폐지, 여성부 창설 등의 이슈가 있었는데 그 때도 지금처럼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이 활발했었어요. 당시 저는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말하는 페미니즘이 근본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 20대에 들어서는 스스로 깨어 있으려고 여성학 강의도 열심히 듣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페미니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했지만 그게 옳다고만 생각했지, 어떻게 실천하거나 자칭 ‘페미니스트’라고 할 정도의 활동은 없이 그냥 멀리서 지켜봤던 것 같아요.
    • 그러다 2015년에 어떤 칼럼니스트의 글을 보게 되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합리적이고 별로 문제가 없어야 하는 건데 막상 여성들의 시각에서 현실을 바라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 이후 기자 일을 하며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잣대로 판단하면 안되겠구나’를 깨달았고, 나의 기준으로 잣대를 들이댈 때 이것이 과연 옳은 잣대인가, 옳은 판단인가를 고민해보기 시작하였어요. 그렇게 차츰차츰 페미니즘을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지, 어떻게 해야 주변 남자들이 페미니즘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 그래서 인스타에 나의 위치에서 나의 경험에 의거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고, 책까지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을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라고 짓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소위 말하는 진보적인 사람들, 성평등을 이야기하고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서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역시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고 다짐하고 스스로도 계속 생각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 제목을 지었습니다.
  • 남성 페미니스트로 사는 삶
    • “남자가 왜 저런 말을 할까?” “남자 페미시니스트는 조신해야하지 않나?” 등 여러가지 질문들을 받습니다. 저는 어쨌든 글을 쓰고, 남의 말을 받아쓰는 사람이니까 규정의 중요성 및 내가 했던 말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요. 사람이 속으로만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해, 하지만 지지한다는 말은 못하겠어’라고 하면 아무것도 안하게 되지만 직접 지지하고, 후원하고, 연대를 하다보면 스스로의 언행에 큰 압박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 남성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고 주체가 될 수 있는데 왜 하지 않는지에 대해 너무 아쉬워요. 내가 나서서 무언가를 할 용기가 없다면 최소한의 연대를 하는 모습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걸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남성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랍니다.
  • 한국의 현지도
    • 지금 우리 사회는 성별 격차가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에요. 그리고 우리 사회는 남성들보다는 압도적으로 여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없는 환경입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98%가 여성이에요. 또한 실제로 코로나 이후 여성들의 구직 포기율이 60%가 증가, 남성은 25%가 증가했어요. 우울증과 자살률도 20대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여성들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 현재 한국의 20대 남성은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감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안티 페미니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몇 년째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어요. 20대 남성들이 말도 안 되는 안티페미니즘의 태도를 보이고 있죠. 물론 20대 남성의 성평등 의식은 다른 세대보다 조금 더 높지만, 여전히 페미니즘이 여성 우위를 만든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정치, 언론에서도 계속해서 ‘여자들이 너무 과하다’는 느낌으로 젠더갈등 프레임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실 정치, 언론이 해야 했던 일은 ‘왜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비판을 하는가’에 대해 이해를 시켜줘야 하고 고쳐야 할 부분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돌이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20대 남성들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누가 물어본다면 저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거에요. 20대 남성은 가부장적인 면이 다른 세대보다 덜 하죠. 여전히 남성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인식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성매매 비율도 2019년 여론조사 성매매 비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많이 낮습니다. 성평등적 연애관에도 쉽게 동의하죠. 20대 남성이 가부장제 브레이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지금까지 그들이 안티 페미니스트였다면 이제는 그들이 어떤 가능성을 가진 주체로서 부각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앞으로 우리는
    • 20대 남성 뿐 아니라 그냥 남성 전체로 봤을 때, 권력을 집행하는 남성들의 구조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성차별을 유지해왔던 게 누구일까를 생각해보면 기성세대죠. 그 사람들은 야동을 스스럼없이 보고, ‘그런걸 보는게 어떠냐’ 라고 이야기 해왔고, 디지털 성 착취 문화 및 성매매 등을 오랫동안 유지해왔습니다. 여성들은 회사에서 성폭력 피해가 일어나도 회사에서 혹은 내가 속한 집단 차원에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해왔어요. 이는 남성 권력의 안에 있는 남성들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남성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데, 그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느냐를 주목해야합니다. 그 방향에 대해 단순히 나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게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되묻고 화합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제 이야기는 남성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는 게 결론입니다. 물론 여성 페미니스트들의 확산으로 굉장히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외부에서 밀어도 꿈쩍도 않는 단단한 집단도 내부에서 균열이 시작하면 밀리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남성들은 잘해야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수준이었지만 그게 아니라 남성 권력, 남성들을 지배문화 내부에서 남성들이 스스로 균열을 내야 그게 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3. 떠들기

  • Q. 남성 페미니스트 입장에서는 페미니즘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까 궁금해서 이 자리에 왔어요. 일단 이십대가 젠더갈등이 가장 심화된 나이 대라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남자들이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서로 배우고 이해를 하면 좋겠는데 사실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엄청 공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공격성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서로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 A. 먼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오염됐다는 생각을 많이해요. 과거에 공무원들 대상으로 강의할 때 ‘페미니즘’ 이라는 단어 대신 ‘여성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적이 있을 정도로 단어 오염이 심해요. 근데 저는 그 말이 듣기 싫다면 어쩔 수 없이 ‘성평등’이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거의 동일단어라고 생각해요. 성평등에도 반감을 느끼면 쉽지 않겠지만, 결과적으로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제가 페미니스트로 산다고 얘기하고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이게 안되면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드는 예시가 있어요. 회사에서 전화를 응대할 때 여자 기자가 전화를 받으면 말도 안되는 항의가 계속 들어와요. 남자기자는 ‘기자님’이고, 여자기자는 ‘아가씨’가 됩니다. 이런 구조적인 성차별이 사회 곳곳에 있었을 텐데, ‘이런 차별 때문에 많이 위축되고 힘들었겠구나’를 생각해요. 내 기준에서 옳고 그름을 생각하기보다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Q. 기자님도 처음부터 페미니스트는 아니셨을텐데, 페미니즘을 깨닫고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게 되었을 때 제일 처음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신게 있나요?
    • A. 특별한게 한 건 없었고 그냥 계속해서 글을 썼던 것 같아요. 제 책을 읽고 남성들이 모여서 만든 페미니즘 모임에서도 글쓰기를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그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해서 남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기록으로 글이 남게 되는 것, 이것 때문에 스스로의 행동이나 태도에 있어서 압박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 Q. 저는 사회학과를 나왔는데 학과 내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물어뜯고 그러는게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그래서 제게 인스타그램은  내가 얻고자 하는 페미니즘 정보를 아무에게도 공격받지 않고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공간이었어요. 기자님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기자님 책도 최근에 봤고,최근에 오디오북도 들어서 팬심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 A. 인스타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어떻게 운영할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는 생각보다 페미니즘과 관련된 니즈가 존재하더라고요. 메세지도 많이 주세요. 주변의 지지를 못 받고 있는 분들, 남자친구 혹은 남동생이 페미니즘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분들 등. 이런 얘기를 들으면 안타깝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제 책과 글들이 이들과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오늘 이런 모임의 장이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페미니스트끼리 함께 글을 쓰고 서로 위로하고 공감해주고 그런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 Q. 기자로서 오마이뉴스라는 언론사에서 일하면서 그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야 한다고 할 때 조직 안에서 어떤 반응들이 있었는지, 그 안에서 서로 그런 시각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A. 내부적으로 동아리, 소모임이 있긴 했는데 열심히 운영이 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20~30대 젊은 기자들은 페미니즘 확산에 대한 큰 반감은 없었어요. 박원순 사건 같은 경우도 조직 내에서 저보다 윗세대 남성(586이라고 하는 남성)과 아랫세대 남성과 기본적으로 이견이 있었어요. 저랑 비슷한 세대의 남성 기자들은 함께 열심히 견제를 했고,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간혹 편견을 갖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내부의 시각은 성평등이나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습니다.
  • Q. 저는 인스타 부계정을 만들어서 비건이나 성평등 관련된 피드를 팔로우 하고 아카이브 하고 있는데 숨기고 활동을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런 비난이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에 살아가면서 이름을 드러내고 활동하는 건 아직 무서워요. 그렇지만 이번 강연을 계기로 인스타 부계정을 만들어서라도 관련된 활동을 해보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 A. 말씀해주신 것처럼 일단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고 서서히 뻗어나가는 것도 되게 좋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실제로 젠더기사를 여성 기자가 작성했을 때 훨씬 욕을 많이 먹어요. 악플이나 욕 메일 같은 것을 정말 많이 받는다고 해요. 이처럼 우리나라는 여성이 페미니스트로 활동한다는 게 여전히 힘든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내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쨌튼 그런 점에서 남성들도 ‘왜 여성들만 이런 진보적인 활동을 하는걸까?’와 같은 의문을 품었으면 좋겠어요. 꼭 남자들 뿐 아니라 제가 연대할 수 있는 분들 자체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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